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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거/책

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 - 삶의 균형 맞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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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 

- 삶의 균형 맞추기

 

 

    처음엔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줄 알았다. 읽어보니 그게 맞았다. '비슷한' 성향이었지 '똑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이 사람도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네? 마음 챙김과 질 좋은 먹을거리, 잠자리를 중시하네? 소유욕을 버리고 작은 것에도 만족하는 삶을 사네? 이런 것들이 비슷했기에 나머지 부분에 있어서도 나와 똑같이 생각할 거라 섣부른 판단을 내렸다. 그래서 책 초반에 생겼던 기대는 책을 읽어나갈수록 점점 무너져 갔다. 내가 기대했던 이 사람의 모습이 아니라 이 사람의 진정한 모습들이 나왔다. 장기하의 책은 같은 집에서 자란 큰 형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면 이 책은 약간은 거리가 느껴지는 사촌누나의 얘기 같았다.

    기대가 무너짐과 동시에 이 사람이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바라는 대로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과 생활에 대해서, 신미경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쓴 글이었다. 아주 흥미롭지는 않았다. 내 일상은 나에게만 특별할 뿐.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로 관심을 끌지 못할 수도 있구나. 내 일상을 컨텐츠로 한 유튜브를 기획하고 있던 터라 좋은 인사이트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 맞닿아 있는 점이 많아 반가웠다. 자신만의 호흡과 보폭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작가님에게 동질감을 느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며 비슷한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이 세상 어딘가에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것은 왠지 모를 안정감을 준다.

    결국 답은 나에게 있음을,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네고 어떤 면을 볼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p. 52
[ 내 몸과 마음이 어색하지 않은 옷이 나란 사람을 드러내는 스타일이 될 줄은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



자연스러운 옷차림. 단지 유명하다는 이유로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는 옷. 내눈과 더불어 내 몸도 좋아하는 옷. 

 


p. 56
[ 다만 가진 옷을 잘 관리하고 오래 입는 데 신경을 쓴다. ]



뭐든 한 번 해놓았다고 끝나는 것은 잘 없다. 집도 쓰다보면 낡고 고장 난 부분이 생기기 때문에 계속해서 유지보수를 해주어야 한다. 하물며 매일 같이 입는 옷이라면. 세탁소에 옷을 보내려고 하면 그게 그렇게 아까울 수가 없었는데.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옷이라면 잘 관리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구나. 


뭐든 끝을 내려 하지 말자. 삶은 계속되는 것이다. 지금 찾은 답으로 죽을 때까지 밀고 나갈 수도 있지만, 언제든지 엎어질 수도 있다. 지금 모든 끝을 보려고 하지 말자. 차근차근. 끈기를 가지고 꾸준히.

 

 

 

p. 41
[ 그래서 지금 생활이 간소해졌다고 아무것도 수집하지 않는 건 아니다. 호기심은 버리지 않았고, 아름다움을 보는 눈도 사라지지 않았다. ]



극단으로 갈 필요 없다.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하거나, 안 하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니라 조금씩 늘려가거나 조금씩 줄여가면 되는 일이다. 한 번에 너무 드라마틱한 변화를 주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다. 의욕적인 것은 좋지만 나를 피곤하게 해서 꾸준함을 잃게 만들 수도 있고 주변 사람들을 생각지 못해 피해를 끼치게 될 수도 있다.

 

 


p. 219
[ 부자가 되고 싶으면 부자 동네의 아주 작은 월세방에서라도 살라고 하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면 이미 그런 기질을 가진 사람과 어울리라 한다 (...) 결국 주어진 조건과 크게 상관없이 관심을 두고 깊게 보면 내 것이 된다 (...) 언제나 소유하지 않아도 소유하는 방식으로 산다. ]



소유하지 않음으로써 소유한다. 중요한 것은 나의 관심과 애정이지 소유의 여부가 아니다. 항상 관심을 기울이고 들여다보게 되면 그것이 곧 내 것이 되는 길이다. 내 주머니에 넣었다고 해서 내 것이 아니다. 와 근데 쓰다 보니 이 분 내공이 장난 아니시네.

 

 

 

p. 75
[ 하지만 세상 모든 일에는 어둡고 밝은 양면이 있기에 쇼핑은 제대로 하면 실제로 상처 난 마음을 달래준다. ]



     절제하지 못하는 내 마음이 문제이지 쇼핑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물건을 보고도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릴 줄 아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그것을 활용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에 이끌려 다닌다. 모든 결정권은 내가 가지고 있다. 내가 균형을 잡는다. 


    나에게 실패의 경험을 선사했다고 해서 아예 끊어내버리지는 말자. 분명 좋은 점도 있다는 걸 나도 알지 않는가. 다음번에는 조금 더 잘 활용해보려 노력할 따름이다. 오히려 너무 적대시하고 멀리하면 그렇게 억제된 에너지가 한 번에 분출되어 제어가 불가능해지기도 한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p. 254
[ 6. 돈은 숫자다. 숫자는 관리할 수 있으며 그러므로 객관화시킬 수 있다. 수입을 계획된 예산 안에서 쓰는 것. 숫자로 미래를 예측해 불안을 줄인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지만, 가끔 기계처럼 사고하면 군더더기 감정에 덜 휘둘린다.


    7. 내 손으로 해내는 일을 늘려간다. 직접적인 생존과 관련된 생활의 기술 - 집수리하는 법, 요리, 물건 만들기 - 같은 나의 맨손 능력 범위를 넓혀간다. 내 한 몸쯤은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자신감은 실질적인 기술 연마에서 얻는다. ]



    다른 목표는 다 글로 적으면서 왜 돈 관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돈이 모자랄 때 더 꺼내쓰지 못하는 데서 오는, 원하는 것을 참아야 하는 스트레스 때문이었나. 저축도 목표를 가지고 적어가면서 한다면 훨씬 달성하기가 쉬울 것이다. 나는 돈을 관리할 수 있다. 돈은 돈일뿐이다.


    자연인으로서의 능력 기르기. 요리하기, 필요한 물건 만들기, 집 수리하기 등등.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그런 일 말고. 내 삶과 생활을 꾸려갈 수 있는 능력 기르기. 

 

 

 

p. 83
[ 태어나면서 자신만으로 모든 걸 알게 되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늘 누군가를 조금씩 모방하며 자신만의 스타일로 만든다 (...) 모방이 아닌 일치를 추구하면 고유한 자신을 잃어버리기 쉽다 (...)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될 수 없다. ]



다른 사람의 좋아보이는 면을 따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었구나. 누구나 그런 과정을 거치는구나. 안심이 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없고 오로지 나여야만 한다는 사실이 깨우침을 줌과 동시에 안도감을 준다. 내가 그 사람이 될 수 없듯이 그 사람도 내가 될 수 없다. 나만이 가진 무언가가 있다. 내가 특별한 존재임을 말해준다.

 

 


p. 47
[ 생활의 기본은 언제나 '가지고 있는 걸 최대한 사용하자'다. 물컵은 물만 마시지 않고 요거트도 담는다. 체리처럼 작은 과일을 담아 먹기에도 적절하다. 하나의 물건을 한 가지 용도로만 활용하는 건 물건의 잠재력을 제한하는 일이다. ]



나도 이런 걸 좋아한다. 특히 옷을 입을 때. 생각지 못한 조합을 찾아내면 그렇게 기분이 좋다. 내가 가지고 있는 옷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 같아서. 새것도 좋지만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 그런 알뜰함, 살뜰함이 좋다. 지금 쓰고 있는 키보드도 그렇네. 기분 좋다.

 

 

 

p. 106
[ 진짜 휴식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고 몸과 마음에 뭉치고 쌓인 것을 풀어내야 생기는 것임을 예전에는 몰랐다. ]



내 몸과 마음에 쌓인 피로를 풀어주어야 한다. 가만히 있는다고 휴식이 아니다. 마사지를 해주고 스트레칭을 해주고 깊은 호흡을 해주고 재미와 기쁨을 선사해 주어야 한다. 음악도 좋겠다.

 

 

 

p. 127
[ 무균실이 연상될 만큼 깨끗한 환경에서 면역력을 키우기 어렵다는 말이 떠오른다. ]



실패할 기회가 주어져야 그 경험을 통해 면역력을 기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실패 역시 삶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아이가 실패하지 않도록 어려움을 모두 제거해주는 것이 아니라 실패한 후에도 꿋꿋이 일어나 다시 길 위에 설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응원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p. 188
[ 괴로워하는 사람에게 흔히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고 위로하지만, 긴 시간이 주어진다 해서 모든 문제가 깔끔하게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새로운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계기 하나를 발견할 때까지의 시간. 나는 그때까지 소소하게 나를 괴롭히는 감정들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희미해질 수도 있겠지만,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문제가 아니라 기회로 여기는 것. 일 자체의 성질은 절대적이지 않다.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어느 면을 볼 것이냐가 그 일의 성격을 결정짓는다. 모든 답은 나에게 있다.

 

 

 

p. 240
[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눈치 보기에서 벗어나 나는 저 사람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로 생각의 방향을 바꾸면서다 (...) 내 세계에 빠져 있지 않고 주변을 살폈다는 사실 하나로 나는 만족한다. ]



버스탈 때 좀 더 밝고 경쾌하게 인사를 해보자. 그런 사람들을 보면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지 않았던가. 매일 같은 코스를 운전하시는 기사님들께 조그마한 선물을 건네는 기분으로 인사를 해보자. 저 사람의 눈치를 보지 말고 저 사람에게 내가 해줄 게 무엇이 있나 생각해보자. 먼저, 아낌없이 주자.

 


p. 251
[ 타인에 대한 배려, 근거 있는 긍정으로 가득 찬, 담백한 마음을 가진 나의 이상형. 이 모든 건 실은 내가 되고 싶은 자신이다 (...) 더는 누군가 내게 먼저 말을 걸어주길 기다리지 않는다. 이제 내가 타인에게 먼저 말을 건다. (...) "서로에게 조금 더 친절하자" 좋은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만큼 충만한 삶은 없다. 그러려면 나에게 먼저 친절하고 남에게도 역시 친절해야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고독에 대해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니 자꾸 누군가의 관심과 애정을 갈구하며 절망 비슷한 감정에 빠져 있기에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의 오늘이 아깝다. ]



다른 사람을 기다리지 않고 내가 먼저 다가가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에게 집중하기. 내가 무엇을 해줄 수 있나.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나. 결국 나에게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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