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는꽃이피네 류시화를 통해 법정스님책을 만나다
'좋아하는 것'을 찾아
엄한 데서 시간을 버리고 있었다.
어쩌다가 책과 멀어지게 된 것일까.
'돈을 벌어야겠다',
'이 시간을 알차게 채워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면서부터였다.
책을 읽지 않은 그 시점부터
조금씩 공허함을 느끼기 시작했던 것 같다.
하루를 열심히 살았고
저녁이 되면 피로감이 몰려왔지만
뿌듯하거나 행복한 느낌은 없었다.
언제까지고 이 일을 반복해야 한다는 사실이
무겁게 나를 짓누르는 듯했다.
다행히 방황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그리고 돌파구는 의외의 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선한 영향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행운이다.
산에는꽃이피네
류시화를 통해 법정스님책을 만나다
아부지가 책장 정리를 하신 덕에
책이 눈에 띄었다.
법정 스님의 책을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릴 때는 그저 '무소유'를 주창하신
스님으로만 알았다.
저어기 먼 길 지나가는 사람처럼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류시화를 좋아하게 되니,
그분이 좋아하는
법정 스님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보고
저자와 엮은이의 이름을 보았을 때
주저 없이 책을 꺼내들 수 있었다.
법정 스님이 법문하신 내용과
사석에서 말씀하신 내용 등을 한 데 모아
류시화가 엮어낸 책이었다.
책을 다 읽은 지금,
이제 나는 법정 스님의
사랑, 본질, 깨어있음, 존재, 무소유에
푹 빠지게 되었다.
이 모든 것들이
다리를 수술하지 않았더라면,
천사님이 전자책을 사주지 않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다.
다리를 한 번 다침으로써
인생의 스승을 두 분이나 알게 되다니
나름 수지가 맞는 거래다.
산에는꽃이피네
류시화를 통해 법정스님책을 만나다
산에는꽃이피네
류시화를 통해 법정스님책을 만나다
스님의 마음 씀씀이가 나는 좋았다.
창호지를 통해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
길가에 핀 찔레꽃 한 송이,
(찔레꽃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어쨌든)
편지를 쓸 작은 종이에서도
고마움과 기쁨을 느끼시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저런 것이 참된 행복이구나.
'살뜰함'이라는 표현도 자주 쓰셨는데
그 표현도 참 좋았다.
우리는 너무 많이 가진 것에 익숙해져
물건에 대한 고마움을 잊었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종이 한 장, 펜 한 자루도
고맙고 소중한 것이다.
고등학교 문학 시간에 나오는
'안빈낙도', '청빈' 같은 말들은
그저 현실을 도피하려는
정신승리로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주어진 가난은 극복해야 할 과제이지만
선택한 가난은 세상을 살아나가는 지혜이다.
적게 가질수록 더 많이 얻는다.
적게 가져야 홀가분하다.
그 말씀의 뜻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미니멀리즘에 큰 감명을 받고
수차례 실행에 옮긴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음을 이제는 알겠다.
많은 물건들을 소유할수록
많은 물건들이 나를 소유한다.
나는 그것들에 지속적으로
내 주의와 신경을 빼앗기게 되고
혹여나 손상될까봐
마음 졸이며 집착하게 된다.
스님의 말씀처럼
'우리들의 목표는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풍성하게 존재하는 데 있다.'
산에는꽃이피네
류시화를 통해 법정스님책을 만나다
많은 것들이 새롭게 보인다.
내가 지금 깨어있는가,
더 자주 의식하게 된다.
설거지를 할 땐 그릇에,
양치질을 할 때는 칫솔에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산속에 홀로 사시며 느끼셨다는 그 자유가
어떤 것인지 알 것 같다.
그런 생활이, 삶이 부럽다.
스님처럼 엄격하고 철저한
수도승 생활을 할 자신은 없다.
하지만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자연의 품에 안겨
자연이 주는 교훈과 깨달음을 얻으며
자연의 순리대로 사는 삶을
한 번 살아보고 싶다.
이렇게 좋은 계절에
아무 걱정 없이 책만 읽을 수 있다는 게
정말로 감사한 일이다.
산에는꽃이피네
류시화를 통해 법정스님책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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