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17.(수) 21:05
역행자 2회독을 시작했다.
역시 이번에도 책을 읽으며 가슴이 뛰었다. 완전히 몰입하게 되었고, 페이지가 넘어갈 때마다 밑줄을 긋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거침없이 적어나갔다. 타이머를 켜놓고 읽었는데, 끄고 나니 45분이 지나있었다. 최근에 이렇게나 집중을 한 적이 있었던가. 스스로 놀라웠다. 2시간 가량을 읽고 썼는데 100페이지 정도 읽었다. 매일 2시간씩 한다고 치면 3일이면 끝나는 분량이다. 처음 읽을 땐 거의 2주 가까이 걸린 것 같은데 확실히 한 번 본 내용이라 익숙해서 눈에 더 잘 들어온다. 이번에는 책에서 제시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직접 실천하는 데 초점을 두려 한다.
p.93
' 자의식을 해체하지 못하는 이상, 어린 시절 자신이 그토록 혐오하던 '꼰대',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이번 챕터를 넘기기 전에 딱 10분만 책을 덮고 산책을 나가는 건 어떨까, 반드시 휴대전화를 두고 나가야만 한다. '나는 어떤 발언에 과민 반응을 하고 기분 나빠할까?', '이 행동이 과잉 자의식에서 나온 게 아니었을까?', '자의식 상처를 막기 위한 행동 아니었을까?' 걸으면서 이러한 질문들을 곰곰이 생각해보자. '
바로 책을 덮고 일어섰다.
타이머가 1시간 55분을 가리켜 5분을 더 채워 2시간을 채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2시간을 채우는 것보다 지금 자리에서 일어나 걸으며 자청이 시키는 것을 하는 게 더 중요했다. 남은 5분은 자기 전에 책을 한 번 더 펴게 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나는 어떤 말에 과민 반응을 하고 기분 나빠 하는가.
누군가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쓸모 없다'고 말하면 나는 발끈한다. '쓸데 없는 짓 하지마라, 그거 다 쓸모 없다'고 말하면 화가 난다. 화를 잘 내지 않는 성격임에도 마음속에서 울컥하는 것이 느껴진다. 왜 그럴까? 보통 그런 말을 듣는 상황을 생각해보니 내가 너무 작은 것에 연연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작은 것을 세심하게 챙기면서 '나는 이런 것까지 신경 쓰는 꼼꼼한 사람이야, 나는 일을 잘 하고 있어'라고 생각했다. 또 필요 이상의 친절을 베풀기 위해 신경을 쓰고 있었던 것도 같다. '나는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쓰면서 친절을 베푸는 사람이야. 내 행동은 대단해. 사람들이 이걸 보면 나를 대단하다고 생각할거야. 칭찬해줄거야.'라는 생각을 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내가 신경을 쓰던 부분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었다.
나는 단지 '내가 놀고 있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는 것에 대한 변명거리를 만들기 위해 무언가에 집중하는 척, 일하는 척 하고 있을 뿐이었다. 또 내가 베푼 선의가 과도한 것인줄, 꼭 필요한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굳이 행함으로써 사람들로부터 인정 받고 좋은 소리를 듣고 싶어 했다. 그런데 거기에 대고 누가 '쓸데 없는 짓 그만해라'라고 하면 내가 진짜 중요하지 않은 것에 집중하고 있던 것이 들키고, 내가 베푼 선의가 별 게 아니라는 걸 꿰뚫어 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빴던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이 대단하고 의미가 있는 것이면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지만, 내가 하는 일이 보잘 것 없고 쓸모 없는 것이면 나도 쓸모 없는 인간인 것처럼 느껴지니까. 내 자아가 다치게 되니까.
나는 대단한 사람이라는 과잉 자의식에서 이런 반응이 나왔던 것 같다.
나의 자아를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나를 계속해서 '대단한 사람'으로 남겨두기 위해 방어기제가 발동했던 것이다. 사실 나는 그리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업무 능력이 탁월해서 눈에 띈다기 보다 그냥 고만고만한 수준이다. 무언가를 특출나게 잘하지 못하고 무얼 해도 어딘가 엉성한 것 같은 모양새다. 자신감이 부족한 탓이다. 작은 것에 연연하고 큰 그림을 보지 못한다. 실수라도 하나 하면 (다른 사람이 뭐라하는 것도 싫지만) 내가 실수를 했다는 것 자체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기 떄문에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엄청나게 신경을 쓰고 노력을 한다. 나는 '실수를 하지 않는 완벽한 사람'이고 싶기 때문이다.
오, 신기하다.
자청이 말한대로 하니까 진짜 자의식이 해체되는 느낌이다. 나와 거리를 두고 여유롭게 나를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이런 사람이 되고 싶었구나. 그래서 그렇게 행동했던 것이었구나. 이제 이걸 알았으니 다음 단계는 정체성 만들기다. 작은 실수에 연연하지 말고, 그로 인한 꾸지람에 너무 주눅 들지 말고 좀 더 큰 그림을 보도록 하자. 나는 일의 우선순위를 잘 매겨서 중요한 일부터 척척 잘 처리하는 사람이다. 나는 무엇이 중요하고 급한 일인지 안다.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나는 보통 사람이지만, 맡은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무엇이든 열심히 하려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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